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과 광기, 여성에 대한 관습적 제약에 맞서는 낯선 활력
※이 오디오북은 윌라가 독점적으로 계약하고 직접 제작한 윌라 오리지널 오디오북입니다.
이중의 정체성으로 시대를 돌파한 천재 버넌 리의 국내 첫 단행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1. 여성과 공포>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의 억눌린 욕망을 대변해온 공포소설!
1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선보이는 두렵지만 매혹적인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헨리 제임스가 “지적인 만큼이나 위험하고 섬뜩하게 낯설다”라고 평가한 영국 작가 버넌 리의 대표 공포소설 세 편을 담았다. 세 작품 모두 작가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에 처음 출간되는 것. 버넌 리의 소설은 인문학적 지식과 파괴적 매력을 두루 갖춘 남다른 캐릭터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표제작인 단편 「사악한 목소리」 역시 바그너만을 추종하며 인간의 육성이 만들어낸 음악을 음란하고 불순한 것으로 치부했던 한 작곡가의 광기를 다룬 작품이다.
버넌 리가 그리는 불안과 공포는 일상적이다.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충격,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것이 변했을 때의 낯섦,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 전복될 때의 섬뜩함, 자신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 선명하고 분명한 것, 단언하고 확언하는 일에 익숙한 우리는 눈앞에 나타난 희미한 형체를 가만둘 수 없다. 선명히 칠하려 해보지만 가능할 리 없다. 대상을 향한 덧없는 시도는 마침내 몸을 틀어 자기 자신을 향한다. 선명하고 분명했던 ‘나’가 서서히 지워지고, 단언하고 확언했던 혀는 마비된다. ‘나’라는 존재 자체를 의심해야 하는 일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 괴물로 변해가는 자신을 어쩔 도리 없이 지켜보아야 하는 인물들의 절망과 공포를 전문 성우의 목소리로 만나보자.
버넌 리 지음 |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출간 | 정재헌, 방시우 낭독
1856년 프랑스 불로뉴에서 살고 있던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바이얼릿 패짓.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버넌 리’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필명을 쓰는 이유에 대해 “여자가 예술이나 역사, 미학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하면 노골적인 경멸심을 드러내지 않고는 읽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넌 리는 열네 살에 프랑스어로 쓴 소설을 스위스 신문 『라 파미유』에 발표할 정도로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한 언어에 능통했지만 주로 영어로 글을 썼다. 런던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대부분의 생애를 유럽의 다른 나라, 특히 이탈리아에서 보냈다. 공공연히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했던 버넌 리는 젊은 남자처럼 차려입고 거침없이 유럽 전역을 여행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강경한 반전주의자로 나서기도 했다. 영국 작가 에이미 레비를 비롯한 몇 명의 여성과 오랜 세월 내밀한 관계로 지냈지만 레즈비언으로 고정되고 규정되기를 거부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가장 유명한 예술 저서인 『18세기 이탈리아에 대한 연구』(1880), 헨리 제임스에게 헌정한 장편소설 『미스 브라운』(1884), 예술과 역사를 축으로 어떠한 시공간도 단숨에 뛰어넘는 다층적인 매력을 지닌 고딕소설을 모아놓은 『출몰』(1890) 등이 있다. 193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