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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그 즈음의 광주 황금동은 윤락가였다. ‘황금동’에서 일하고 있하는 상희와 미희. 탈도 많고 사연도 많지만, 그날도 얇은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하고 호객을 했다. 그런데, 거리가 평소와는 달랐다. 손님이 이상할만큼 뚝 끊겼다. 
정세는 불안했다. 광장에서는 시위가 일어나고, 전단지가 돌고, 얼마 후 학생들이 군인에게 맞아 거리에서 피를 흘렸다. 한 행인은 지금이 어느 때라고 몸 파는 것밖에 모르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드디어 올 것이 오는구나”

상희와 미희는 알고 있었다. 시위에 협력하면 어떤 끔찍한 일을 당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심했다. 그리고 용감히 참여했다. 시민군의 물과 식량을 나르고, 수혈을 하고, 부상자를 돌보고, 사망자를 위해 수의를 준비하였다. 

경찰과 군경의 압박을 견디고 있었지만, 그들을 보는 시선은 시민군 내에서도 곱지 않을 때가 많았다. 

“저 여자들은 누구야? 무슨 일을 하는 여자들이야? 화장이며, 옷차림을 보니 딱 알겠구만.” 

시민군 내에서도 어쩌면 이방인이었던 그들은, 그러나 조금도 주춤하지 않고 할 일을 해나갔다.

그들에겐 참혹한 고문과 모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먼 훗날, 그들은 다시 만나, 그들이 시위에 참가했던 이유와, 역사의 증인으로 나서지 않고 조용히 늙어가는 이유를 밝힌다. 

이 소설에선 날씨, 상황 등 배경 묘사가 상당히 상세한 편인데, 이것은 법학도 출신인 저자가 자료조사와 현장 조사를 거듭하여 치밀하게 고증하여 써내려간 것이다. 

제임스 리 지음 | 시커뮤니케이션 출간 | 강경림, 김희정, 박정복, 오은정, 이성순, 홍의금 낭독 | 제작 시커뮤니케이션